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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사러 가야 한다. 집에 커피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원두 사러 가는 가게에서 문자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만 영업하니 그전에 남은 포인트 사용하라고.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연락까지 해주다니! 이 가게가 없어지는 것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11월도 하순이다. 올해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올해는 책도 몇 권 안 읽었는데, 책이라도 더 구해서 읽을까? 아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 좋았던 책 두 권을 골라서 다시 읽자. 이제는 하나라도 확실한 내 것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 같다.
책을 읽는데, 저자가 자기는 오십 넘은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안 한다고 했다. 어차피 우이독경, 말해도 바꿀 생각조차 안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간 ‘그러면 나도 굳이 안 바뀌어도 뭐라 하지 않겠네!’라고 생각했다. 아찔했다.
읽던 책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꼰대 잔소리’로 가득한 책 아닌가? 내가 지금 왜 이런 책을 읽고 있지? 뭔가 따뜻한 책을 찾았으면서 말이다. 야단쳐주는 ‘어른’이 그리워서?
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예약한 도서가 도착했다고.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인데. 누가 늦게 책을 반납했구먼. 내일 빌리러 가야지.’이렇게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내일 도서관 쉬는 날임을. 갑자기 생각이 이렇게 바뀌었다.‘아니, 그걸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알려주면 어떡하라고?’ 사실 빌리는 데 며칠 여유도 있고, 내일 꼭 읽어야 하는 책도 아니고, 그 책이 오늘 반납될지 알지도 못했으면서.
헌책방에서 집에 있는 책을 한 권 더 샀다. 예전에 나온 책은 하드커버도 있어서 그것으로 샀다. 여러 번 읽다가 망가질까 두려워서 한 권은 보관용으로 두려고 그렇게 한다. 밑줄도 마음 편하게 긋는다. 정말로 가끔은 이런 책을 만난다. 감사할 일이다.
도서관에 앉아 있는데, 핸드폰 진동음이 계속 울린다. 그때마다 나는 내 핸드폰인가 해서 들여다봤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또다시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쳐다보는 나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도대체 누굴까? 끝없이 울리는 핸드폰 주인은.
며칠 전 도서관에서 두꺼운 전문 서적 한 권을 빌렸다. 기한 내에 다 못 읽을 수가 없어서 두꺼운 책은 잘 안 빌리는데, 품절된 책이라 살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 어차피 내가 꼭 읽어야 하는 부분은 가운데 한 챕터이기도 했고. 어려운 책이어서 곧바로 그 부분을 읽을 자신이 없어서, 다른 얇은 입문 도서 한 권을 먼저 읽기로 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과연 이걸로 입문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그냥 부딪혀 보는 것이 맞았나? 막히면 내려갔다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