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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보!”아침에 마지막 남은 식빵 한 조각을 자르고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가로세로 한 번씩 잘라 사분의 일로 조각내었는데, 오늘은 가로로 한 번만 잘랐어야 했다. 가로세로 길이가 달랐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세로로 자르고 만 것이다. 생각해보니 늘 세로로 먼저 잘랐던 것 같다. 이런 것까지 몸에 밴 것이 있다니!
“안 주셔도 되는데.”내가 사는 커피 원두로 내린 커피를 서비스로 한 잔 주시겠다는 가게 주인의 말에 내가 했던 말이다. 사실 여기에 약간의 진심도 담겨 있었다. 같은 원두라도 내가 집에 가서 내리면 그 맛이 안 날 것 같아서 말이다.
오늘 아침 마시는 커피, 유난히 달게 느껴진다. 설탕을 넣은 것도 아니고, 어제랑 다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침에 설 명절 기차표 예매에 성공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개선장군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소소한 곳에서라도 느낄 수 있어 다행이다.
최신 기술에 관한 교양서라도 조금 읽지 않으면, 조만간 뒷방 늙은이 소리 들을 것 같다. 그런데 잘 안 읽힌다. 어렵기도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살면서 몇 권이나 더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타임 세일로 구매한 전기면도기를 담은 택배가 도착했다. 제품 상자도 고급스러웠고, 구성품도 빠진 것이 없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보조 기능도 많았다. 횡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면도가 잘 안 되었다.
동네 농협 앞에 손으로 쓴 공고 하나가 붙어 있었다. “달력 없습니다.” 많이들 와서 달라고 했나 보다. 그러니 저런 표지까지 붙지 않았을까? 요즘 달력 주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매일 뜯는 일력도 주곤 했었는데. 이런 얘기하면 완전 옛날 사람 티 내는 것이 되겠지만 말이다. 각박해져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전만큼 달력이 필요가 없어진 탓일지도. 이것도 스마트폰 때문 아닐까?
커피 원두를 사면 갈아달라고 한다. 마실 때마다 갈기 귀찮아서이다. 이번에도 커피 원두를 그렇게 사서 나오는데, 가게 주인이 맛보라면서 다른 원두를 서비스로 주었다. 그런데 공짜로 얻어가는 커피라서 갈아달라는 얘기를 못 하고 그냥 들고 왔다. 이제 그 커피를 마셔야 할 차례가 되었다. 귀찮아도 갈아서 먹어야 한다. 원두 갈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게 더 맛있다고 하잖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데, 책에 코딱지가 붙어 있었다. 휴지로 떼어보려 했는데도 안 되었다. 책이라 물티슈를 사용할 수도 없고, 행여 찢을까 세게 문지르지도 못하겠고. 어쩔 수 없이 그 페이지를 최대한 빨리 읽고 넘겼다. 책에 집중도 잘 안 된다. 내가 그런 걸로 오해받는 건 아닌지? 그냥 사서 볼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