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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출력할 게 있어서, 노트북을 프린터에 연결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프린터가 꺼져 있었다. 프린터 전원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벽면에 연결된 콘센트에 플러그가 제대로 꽂혔는지 확인까지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프린터를 방 밖으로 들고나와서 콘센트에 연결했다. 마찬가지였다. 한참 만에 원인이 눈에 들어왔다. 프린터 전원 버튼 옆에 있는 다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마음이 많이 급했었나 보다.
가방에 노트북 컴퓨터를 넣느냐 아니면 지금 읽는 책을 넣느냐 오늘은 그것이 문제다. 밖에서 노트북을 펼칠 시간이 별로 없고 많이 걸어야 해서 가벼운 책이랑 함께 하는 것이 무릎 건강을 위해서라도 맞다 생각하다가도 금세 그러면 ‘언제 어떻게 노트북 들고 다닐 체력을 키우려고?’라는 자책과 마주하게 된다. 머릿속으로는 벌써 오늘 과연 밖에서 노트북을 몇 분이나 켤 수 있을까를 열심히 산출하고 있다.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면서 핸드폰을 봤는데, 배터리가 거의 없었다. 하마터면 핸드폰이 알람도 못 울리고 잠들 뻔했었다. 얼른 충전기에 연결하면서, 하마터면 늦잠 자서 오늘 하루가 엄청나게 꼬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냥 장식품으로 책장에 놓여 있는 탁상용 자명종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인가 책 살 때 헌책방을 먼저 뒤지게 되었다. 사실 조금 아끼는 금액, 차비와 시간 생각하면 아끼는 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새 책은 집까지 배달해 주고, 게다가 그야말로 ‘새 책’ 아닌가?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것이 당연히 더 좋지만, 요즘은 자꾸 ‘궁상’이란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무조건 싼 거만 찾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헌책방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지지리 궁상.
며칠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끼적거렸더니만, 이제는 또 손글씨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것도 나이 탓인 것 같은데, 뭔가를 며칠만 손에서 놓으면 급격히 실력이 떨어진다. 손가락에 금방 힘이 빠질 것만 같다. 안 그래도 괴발개발인데, 더 엉망이 되면 읽을 수나 있을까? 요일제라도 적용해야 할까?
동네 도서관은 책을 5권까지 대출해 준다. 대부분 그렇게까지 빌린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도서관 갈 때면 그중 가장 안 읽을 것 같은 책을 한 권 더 들고 간다. 혹시 새로 빌리고 싶은 책이 있으면 반납하고 빌리려고 말이다. ‘가장 안 읽을 것 같은 책’이라! 애초에 안 빌렸으면 무겁게 안 들고 가도 되는데, 왜 이런 바보짓을 하고 있을까?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종료시키자, 배경 화면에 부엉이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사실 이번에 프로그램들을 닫으면서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사진이 떠 있을까?’라며 말이다. 멋진 풍경이겠지 생각했었는데, 뜻밖의 부엉이에 더 반가웠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즐거울 수 있는데 말이다.
미리 마음을 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큰 거 사게 된다. 케이크 살 때 얘기다. 케이크가 작아도 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서, 꼭 큰 것으로 사게 된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케이크야 크기가 작아도 수공 들어가는 것이 비슷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그냥 반으로 뚝 잘라놓고 가격은 통것이랑 별 차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남겨서 버리는 것보다는 작은 것을 사는 것이 낫다. 장사하는 사람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가격을 그렇게 매기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