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세상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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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재수가 없다

  느낌 2023. 8. 17. 07:38

  혼자이고 날이 너무 더워서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로 큰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모기 한 마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겁도 없이? 지체 없이 화장실 문을 닫았다. 더위도 이제 안중에 없었다. 하필 이런저런 짜증 나는 일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내 눈에 띄다니, 너는 재수가 없다. 일을 마무리하면서도 시선은 절대 고정이었다, 나도 저 모기 같은 날이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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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 할 말이 없네

  느낌 2023. 8. 16. 07:02

  “밤에 잠이 잘 안 온다고? 책을 읽어봐.” “그것도 해봤지.” “뭘 읽었길래?” “그냥 이것저것. 요즘은 책 읽어주는 동영상도 많더라고. 요약해 주는 것도 있고.” “스마트폰 화면 불빛에 잠이 더 달아나는 것 아니야? 종이책 읽어.” “그냥 소리만 듣지.” “중간중간 생각도 해 가면서 읽어야 제대로 읽는 거지. 그렇게 들으면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멈췄다 읽을 수도 있고, 속도 조절도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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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메모 #2

  느낌 2023. 8. 14. 07:13

  밤새 꿈을 많이 꾼 것 같다.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고 중간중간 메모를 했던 것 같았다. 머리맡의 핸드폰을 보니, 꿈 메모도 그걸로 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핸드폰 메모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도 꿈이었다. 이제는 꿈에서도 핸드폰을 이용해서 메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손글씨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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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 무엇을 더?

  느낌 2023. 8. 11. 07:38

  논리에 맞게 설명하니까, 논리적이라고 해서 꼭 사실인 것은 아니라며 객관적인 증거를 대라고 했다. 그래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니까, 조작된 증거라고 하며 급기야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고 그 정도는 괜찮지 않으냐고 했다. 이쪽이 그랬으면 입에 게거품 물고 달려들었을 거면서 말이다. 뭐라 더 얘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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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 그의 견해가 가진 비밀

  느낌 2023. 8. 10. 09:20

  독서 모임에서 자주 참신한 견해를 내놓는 남자가 있다. 젠체하는 모습이 싫지만, 그의 견해가 싫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다음 읽을 책도 대부분 그가 제시하는 걸로 선정된다. 지금 그가 이 찻집에 있다. 모양새가 독서 모임이다. 그가 다른 독서 모임에 참석 중이다. 찻집에 들어오는 나를 못 본 모양이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지난주 우리 독서 모임에서 다루었던 책이다. 그가 으스대며 얘기하고 있었다. 지난 모임에서 그가 했던 얘기가 잘 떠오르지 않아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지난주 내가 했던 얘기를 마치 자신의 견해인 양 얘기하고 있었다. 문득 그가 몇 개의 독서 모임이나 참석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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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 #55

  느낌 2023. 8. 9. 07:48

  어떤 계산 방법 하나가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식은 생각나지 않고, 어느 책에 나왔던 것인지만 생각났다. 칠백 쪽이 넘는 책이었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천천히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세 번을 뒤적인 끝에 간신히 찾았다. 계산 방법을 알게 된 것보다 그 책이 맞았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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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이기 #6

  느낌 2023. 8. 8. 08:16

  요즘 한자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축의금이나 부의금 봉투도 이름만 쓰면 되도록 인쇄되어 있다. 문득 획순이 궁금한 한자가 생겨 핸드폰에다 손가락으로 그려 검색했더니, 원하는 한자를 찾아주었다. 그런데 획순만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글자 자체를 잘못 알고 있었다. 몇십 년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문명의 이기 덕분에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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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변기

  느낌 2023. 8. 7. 07:26

  도서관 신착 도서 코너에서 소설을 한 권 빌려 읽고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주인공인 핸드폰 통화만 하면 다 해결될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졌다. 앞부분에서 내가 핸드폰 분실 장면을 놓쳤나 싶어 앞으로 다시 돌아가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 얘기가 없었다. 한참 만에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인쇄된 책이었지만, 1974년 원작이었다. 1974년의 모습을 잠시 그려봤다. 격변기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조들도 늘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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