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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시계라고 해서 다 아날로그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초침이 1초에 한 번씩 멈추었다가 움직이는 시계가 많다. 어쩌다 태엽 감겨 돌아가는 시계의 매끄럽게 돌아가는 초침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인터넷 돌아다니다 괜찮은 듯한 자료가 있어서 저장하기 버튼을 눌렀고, 나름 주제별로 분류된 폴더에 저장하라고 시켰다. 그런데 “겹쳐 쓸까요?”라는 물음이 나왔다. 같은 이름의 파일이 이미 있다는 얘기였다. 해당 폴더를 살펴보니 얼마 전에 이미 내려받기한 파일이었다. 도토리 저장하는 다람쥐도 저장한 곳을 간혹 잊어버리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지만. 저장만 하고 있다.
지난주 로또 당첨자가 많이 나와서, 1등 당첨되어도 서울 중위 아파트 한 채도 못 산다는 기사가 나왔다. ‘지난주 안 그래도 잠시 로또 살까 망설였는데, 안 사길 잘했다.’잠시 이렇게 생각하다 정신을 차렸다. 누가 당첨은 시켜준대?
며칠이 지나면 저절로 메시지가 사라지는 메신저가 있다고 한다. 책잡힐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직원들끼리 사용하는 회사도 있다고 들었다. 위험한 증거가 아니라 디지털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괜찮은 대안인 것 같다. 메일함에 읽지 않고 그대로 둔 메일이 몇만 개다.
예금보다 적금이 이자율이 더 높은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어디선가 그 이유를 적은 글을 읽었다. 예금이든 적금이든 만기 전에 중도 해약하면 이자를 거의 안 주는 것은 똑같은데, 적금의 중도 해약자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은행은 적금에 이자를 더 줄 여유가 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는 적금은 무조건 끝까지 넣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아침에 노트북을 켰는데, 옆에 연결되지 않은 마우스가 보였다. 터치패드가 익숙해서 큰 문제는 없지만, 마우스 뽑을 때의 씁쓸함은 남아 있다. 커서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마우스라니! 무조건 싼 것 찾느라 생긴 일이다.
인터넷 뒤지다가 읽을 만한 자료가 있으면 링크를 저장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내용 전체를 파일로 보관하고 있다. 나중에 저장된 링크를 따라갔는데, 자료가 사라진 경우를 몇 번 겪은 후부터인 것 같다. 이렇게 저장하면 저장 공간도 아깝고, 자료가 업데이트되어도 알 수 없는데. 게다가 자료가 사라졌다면, 그 자료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저장한 파일 다시 보는 경우도 거의 없으면서.
노트북 컴퓨터 바탕화면에 임시로 저장한 파일들을 지웠다. 파일들을 살펴보니 ‘임시’가 아니었다. 전부 유효기간이 지난 것들이었다. 바탕화면에 두면 찾기 쉬워서 읽으리라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대부분 오산이었다.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저장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다음에 읽을 테니, 지금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