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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서관에서 핸드폰 벨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다들 진동으로 잘 설정해 두는 것 같다. 그런데 핸드폰 알람 소리는 가끔 듣게 된다, 알람 소리도 대개 같다. 깜짝 놀라 허둥대며 끄는 소리와 함께. 얼마 전까지 나도 그랬다. 다들 알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알람 소리 울려도 고개 돌리거나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침에 이빨 때웠던 곳이 떨어졌다. 문득 늘 가던 치과가 제법 긴 여름 휴가를 공지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정확한 휴가 날짜를 모르니 일단 그곳에 먼저 갔다. 내일부터 휴가라고 했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곳인데, 그래도 익숙한 곳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너무 더운 날씨 탓일까? 저녁에 TV 앞에 누웠는데, 꼼짝하기도 힘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TV를 자기 직전까지 봤다, 볼 것 없다고 투덜대면서. 아까 누웠을 때 차라리 책을 펼쳤으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늦게까지 책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잠깐 했다.
또 새벽에 잠이 깼다. 무더위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다시 잠을 청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이왕 일어났으니, 일을 하거나 책을 보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안 되고,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스마트폰 무섭다.
에어컨을 잠깐 켰다 끌까? 계속 켜 두기에는 전기 요금 걱정되고. 선풍기를 켤까 말까? 창문을 열까 말까? 방문은? 윗옷을 입고 잘까 벗고 잘까? 새벽에는 좀 쌀쌀했는데. 게다가 각각을 조합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많지만 그래도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 자려면.
아침에 마감 시간 안에 배송사 전달에 실패하여 배달이 하루 늦어지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메시지가 왔다. 어제 분명히 앱에서 출고가 완료되었다고 했는데? 보내지도 않고 보냈다고 뻥쳤다는 얘기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했으니, 용서하기로 했다.
혼자이고 날이 너무 더워서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로 큰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모기 한 마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겁도 없이? 지체 없이 화장실 문을 닫았다. 더위도 이제 안중에 없었다. 하필 이런저런 짜증 나는 일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내 눈에 띄다니, 너는 재수가 없다. 일을 마무리하면서도 시선은 절대 고정이었다, 나도 저 모기 같은 날이 있겠지만.
“밤에 잠이 잘 안 온다고? 책을 읽어봐.” “그것도 해봤지.” “뭘 읽었길래?” “그냥 이것저것. 요즘은 책 읽어주는 동영상도 많더라고. 요약해 주는 것도 있고.” “스마트폰 화면 불빛에 잠이 더 달아나는 것 아니야? 종이책 읽어.” “그냥 소리만 듣지.” “중간중간 생각도 해 가면서 읽어야 제대로 읽는 거지. 그렇게 들으면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멈췄다 읽을 수도 있고, 속도 조절도 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