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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또박또박 쓰던 글씨체도 바꾸고 만년필 필기도 연습했다. 그래도 따라가지 못해 잃어버리는 생각이 많다. 요즘은 그래서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 손글씨보다는 타이핑이 빠르니까. 그런데 그럴 수 없는지 알면서도, 어찌 입력한 자모보다 백스페이스키를 더 많이 누르는 것 같다.
“어르신, 한 말씀 거들어주시지요.” “왜? 친구들이 동조를 안 하는가?” “저 혼자 떠들고 있습니다.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자네가 모르는 것 같은데. 친구들이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 아닌가?”
아침에 배를 깎다가 든 생각이다. 배는 왜 사과랑 달리 씨 있는 안쪽이 딱딱한 것일까? 분명히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씨까지 먹고 멀리 가기를 바라지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머지않아 그 딱딱한 부분도 사라질 것 같다. 사람이 싫어하니까.
동네 하천 주변을 산책하는데, 귀여운 반려견 한 마리가 주인을 이끌며 지나갔다. 옆을 지나는 사람들이 조용히 얘기했다.“와, 오랜만이다. 시고르자브” 그 얘기에 나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종인 줄 알았다가, 한참 만에 깨달았다. 외국식 이름 때문에 있어 보인다 생각했을까, 아니면 귀여워서?
요즘은 웬만하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고 있다. 집에 모셔두기만 한다면 굳이 노트북으로 살 필요도 없었다. 무게 때문에 충전기도 마우스도 없이 본체만 가방에 챙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어젯밤에 노트북을 충전기에 연결해두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갈 때까지 충전을 다 못 할 것 같았는데, 금방 충전이 끝났다. 어제 밖에서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작업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었다. 아직 10월인데? 이번 여름이 그렇게 더웠는데? 누가 뭐래도 두꺼운 이불이 주는 무게감, 따뜻함, 포근함이 좋다. 아침까지 그대로 잘 덮고 있었다. 어느새 때가 그렇게 되었나 보다.
xxx의 무료 인문학 강연이 있다는 메일이 왔다. 메일 제목이 아예 ‘광고’로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 메일은 보통 그냥 지나치는데 메일 제목을 몇 번이나 읽었다. ‘인문학’ 때문일까? ‘무료’ 때문일까? ‘xxx’는 처음 듣는 이름이고.
우산, 사실 한때 늘 들고 다니기도 했었다. 요즘은 무겁고 귀찮아서 웬만하면 안 들고 다니고 싶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일기예보 열심히 본다. 비가 온다고 해도, 지금 창밖에 비가 안 오면 비 오는 시간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혹시 우산 안 들고 나가도 비 오는 시간 피해서 움직일 수 있나 해서 말이다. 그래도 애매하면 창밖을 지나는 사람을 지켜본다. 가방 없는 사람이 우산 들고나왔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