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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깨자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스마트폰 보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알람 소리 듣고 일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날씨, 뉴스처럼 필요한 것만 보고 이불을 박차고 나오면 문제가 없는데, 그게 그렇게 잘 안 된다. 어딘가 처박혀 있을 종 달린 탁상시계를 다시 찾아보든지 해야겠다.
아침에 컴퓨터를 켰는데, 오늘은 배경화면으로 사막의 오아시스 사진이 보였다. 문득 ‘오아시스’라는 단어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사막도 없는 나라에서. 어릴 때 주위의 어른들도 지금의 나처럼 오아시스를 그리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르신들이 들으면 나무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 나이면 더 놀랄 세상일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사는 게 심심할까 봐? 그건 아닐 것이다. 아직도 내가 한 치 앞도 못 보다니! 그게 안타깝다.
오랜만에 찻집을 찾았다. 내일까지 꼭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자리에 앉자마자 그 책을 꺼냈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책 한 권 달랑 올려두려니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테이블 위에 두었다. 자리를 떠날 때까지 열지도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덜 불편했던 것 같다.
사과를 껍질째 먹으려고 베이킹소다에 씻었다. 그리고 8조각으로 나눈 다음에 가운데 딱딱한 부분을 칼로 도려냈다. 긴 세월이 지나고, 인간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더라도 사과가 스스로 씨를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이 좀 더 먹기 편한 방향으로 사과 유전자를 조작할까? 문득 그보다 아침에 내가 한 행동을 대신할 로봇이 먼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쪽 정도 읽으니, 이제 좀 재밌어졌다. 도서관에서 두 권짜리 소설을 빌렸는데, 읽기가 어려웠다. 등장인물도 많고, 이름도 어렵고,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도 그렇고. 그래도 읽어야 했다. 도서관에서 내가 사 달라고 신청해서 들여온 책이었기 때문에. 안 읽고 그냥 반납하기에는 왠지 미안했다. 덕분에 참고 여기까지 읽었는데, 이제는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더운 여름도 처음이었는데, 11월의 이런 폭설도 처음이다. 예전에 살던 사람들도 이런 일을 겪었을까?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오늘은 갑자기 하늘에 외계인의 비행선이 나타나는 것 아닐까?
저녁에 집에 와서 TV를 틀었는데, 오늘 새벽에 했던 유럽 축구 경기 중계가 나왔다. 관심이 있던 경기여서, 결과를 먼저 인터넷으로 확인하려다 참았다. 덕분에 끝까지 경기의 긴장감과 재미를 느꼈다, 마치 생방송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