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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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4느낌 2023. 6. 22. 07:29
약속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예전에 가 본 적이 있는 근처의 조그만 동네 찻집을 찾았다. 오늘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사장이 직접 주문도 받고 커피도 내리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주문을 하기가 무섭게 테이크아웃 여부를 묻는다. 마시고 간다고 하니까 사장이 내 어깨의 가방에 눈길을 주었다. 그러면서 4인석 말고 2인석에 앉아 달라고 했다. ‘아, 진상 카공족!’ 굳이 얘기를 안 해도 그럴 것이었는데. 자리에 있으니, 사장이 자리로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책상 위에 꺼내 둔 책과 노트에 신경이 쓰였다. 차라리 이렇게 밝힐 걸 그랬나? “저 한 시간 후에 약속이 있어서 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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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방송느낌 2023. 6. 20. 07:21
도서관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하는 방송과는 주목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얼마나 급한 일이기에? 그런데 XXXX번 차주는 주차장에서 속히 차를 빼달라는 내용이다. 차들이 엉켜서 난리가 났다는 내용이 꼬리로 달렸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차주는 정말로 내려가기 싫을 것 같다. 자업자득이기는 하지만, 방송까지 할 상황이라면, ‘난리’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라면 내려가서 차 곁에 가는 순간 온갖 비난의 시선이 화살처럼 살에 박힐 것이 뻔하니까? 그래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설사 중이 아니라면, 지금 바로 내려갈 것이다. 방송 한 번 더 나오면 ‘시선’ 정도로 안 끝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차를 두고 왔기에 그럴까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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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 #1느낌 2023. 6. 19. 07:03
아침에 문득 껌 종이 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껌 씹는 사람도 예전보다 줄어든 느낌이고, 껌도 종이에 싸서 나오는 것보다 통에 든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작은 종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껌 종이'였는데, 요즘 사람들에게는 다른 것이 대신하지 않을까? 카드 영수증? 대기 번호표? 포스트잇? 예전에는 급하게 뭔가 메모할 일이 있으면 곁에 있는 '작은 종이'를 찾았었는데, 요즘은 핸드폰을 나조차도 핸드폰을 찾는다. 펜도 잘 안 들고 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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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느낌 2023. 6. 16. 07:30
친구 업무를 도와주러 지방으로 가다, 조금 외진 곳에 있는 찻집을 찾았다. 친구가 예전에 커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데라고 하였다. 메뉴판을 보고 친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냐니까, 그냥 '아메리카노'라고만 적혀 있다고 했다. 맛있었던 기억 때문에 당연히 원두별로 다양한 아메리카노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바리스타, 점원까지 겸직인 듯한 사장에게 친구가 물었다. 그냥 아메리카노 한 종류밖에 없는 거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사장의 이렇게 대답했다. "시골이잖아요." 사장의 애교 섞인 이 말에 친구랑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커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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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5느낌 2023. 6. 14. 07:28
모리스 르블랑의 '기암성'을 읽고 있다. '국민'학교 다닐 때, 친구 빌려줬다가 돌려받는 데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 책이다. 어제는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는 이야기책 다시 잘 안 읽는데, 그것도 추리 소설을.' 그런데 솔직히 마치 처음 읽는 것 같다. 오래전이라 다 잊어버려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어린이를 위한 번역과 차이가 있는 것일까? 지금 읽는 책이 그 당시 그 책은 아니다. 그때 재미있게 읽었던 그 책이 지금도 있으면 좋을 텐데. 책 잘 못 버리면서 대는 핑계 하나가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