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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컴퓨터 배경 화면이 자꾸 바뀌어서 좋다는 내용을 글을 쓰려다 왠지 기시감이 느껴졌다. 부랴부랴 블로그 글 목록을 보니 불과 며칠 전에 그런 내용의 짧은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큰일 날 뻔했다.’라고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러면 어때? 다르게 쓰면 되지.’ 그런데 왠지 이런 내용의 글도 전에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까마귀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동네 까마귀가 많다. 까치 소리였다고 나를 속여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어디서 들은 까마귀의 효심까지 억지로 떠올려본다.
창문을 열고 잤더니, 이제는 새벽에 제법 한기가 느껴졌다.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두었다. 귀찮기도 했지만, 올여름 무더위를 떠올리며 이 선선함을 즐기고 싶었다. 무엇도 시간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다더니, 역시.
집이 비좁아서 버릴 책을 찾고 있었다. 책장을 보니, 중국어 문법책이 있었다. 중국어 공부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어디 헌책방에서 싸다고 생각해서 하나 장만한 것으로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내가 직접 유명서점에서 구매한 영수증이 튀어나왔다. 새 책 사고 한 번도 안 펼쳐본 것이다. 그것을 보고 버리려다가 다시 책장에 꽂았다. 그런데 그게 버릴 책 선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월요일 아침이 안 좋은 이유가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 밀린 메일 읽는 것부터가 싫다. 어떤 숙제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나씩 확인한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메일이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메일을 기다릴 만한 뭔가를 했는지?
요즘 관심 있는 내용이 나온다기에, 거의 천 쪽에 달하는 책을 읽고 있다. 사백 쪽을 읽고 나서야 겨우 그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갑기까지 했다. 앞부분은 그냥 건너뛰었어야 했을까?
아침에 본의 아니게 잠이 깼다. 피곤해서 일어나기 싫었다. 그때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더 자도 된다는 얘기였다. 매일 아침 알람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 사실에 알람이 고맙게 느껴졌다.
커피 원두 사서 내려서 마신다. 핸드드립용으로 갈아서 온다. 딱 그 정도 정성으로 즐긴다. 엄청나게 고급인 원두를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커피 믹스에 비하면 비싸다. 그래서 마음껏 즐기지 못하냐고? 그렇지는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날아간다. 아끼면 뭐 된다. 다행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