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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사협정(紳士協定)느낌 2024. 7. 31. 07:33
도서관에서 이른바 ‘벽돌 책’의 대출을 망설이고 있었다. 지난번 대출해보니, 무겁고 커서 들고 다니기는커녕 일단 집으로 모셔가기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도전할 가치가 있는지 확인한다는 핑계로 서가에 선 채로 책을 펼쳤는데,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작은 메모지가 발견되었다. 갈피끈이 있는 책인데도 누가 거기까지 읽었음을 그렇게 표시해 둔 것 같았다. 왜? 그도 대출하기 무겁고, 대출해간들 기간 안에 다 못 읽는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그러니 여기 그냥 두고 같이 읽자고 신사협정(紳士協定)을 제안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적은 책갈피를 남기면서 말이다. 빌려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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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손님느낌 2024. 7. 25. 07:45
오랜만에 말벌 한 마리가 창문과 방충망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방충망에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길 어떻게, 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들어온 곳으로 나가면 될 텐데, 계속 방충망에 헤딩 중이었다. 부엌 쪽에 난 조그만 창문이라 찾아볼 곳이 많지도 않은데 말이다. 방충망이 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창문을 조금 열고 방충망도 조금 열었다. 그리고 잽싸게 창문은 다시 닫았다. 행여 말벌이 집 안으로 들어올까 무서웠다. 잠시 약을 뿌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왠지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는데도, 정말로 한참 만에 벌이 열린 방충망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