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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주로 지하철 근처 찻집에 잡는다. 근자에 왠지 사람이 더 많아져서, 찻집 자리 잡기가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 시끄럽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뭉쳐져서 “웅~”하고 덮쳐올 정도이다. 나도 앞사람이 들리도록 얘기를 해야 하니, 자꾸만 더 큰 소리를 더하게 된다.
아침은 늘 바쁘다. 노트북 들고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꼭 이럴 때 울리기 때문에 핸드폰도 주머니에 챙겼다. 이러니 일을 잘 볼 수 있겠는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 먹는데, 끓인 물이 조금 식은 다음에 내려야 더 맛이 있는 것 같다. 물이 식기를 기다리려고, 일부러 그사이에 다른 일을 한다. 신문도 들여오고, 핸드폰도 들여다보는 등등. 안 그러면 참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 물 끓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일도 있지만 말이다.
아침에 문득 책장에 꽂힌 ‘우주’에 관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 두고는 아직 못 읽은 책이다. 솔직히 읽을 자신이 없어서 시작도 못 했다, 기초 지식이 없어서. 내가 어떤 세상에 살다 가는지 약간이라도 알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자주 이야기는 하지만, 그뿐이었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던 내용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사과를 깎으면서, 사과 하나를 여덟 조각으로 잘랐다. 반 가르고, 반 가르고, 반 갈랐다. 사과가 이렇게 작은데도 말이다. 늘 하듯이 그렇게 잘랐다. 처음 반 가르고, 셋으로 나누어도 되는데. 여섯 조각이 되도록 말이다.
요즘은 현금 쓸 일이 잘 없어, 가득 찬 영수증 버릴 때나 지갑 가운데를 펼쳐 보게 된다. 지갑 안에서 5유로 지폐 한 장이 발견되었다. ‘저걸 왜 다시 환전 안 했을까, 아깝게?’라는 생각도 물론 잠깐 했지만, 그보다는 얼마 전 다녀온 가족 여행이 먼저 생각났다. ‘아직 사진 정리도 못 했는데.’ 5유로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려다, 도로 지갑에 넣었다.
아침에 노트북을 켜려고 했는데, 이미 켜져 있었다. 습관적으로 키를 하나 눌렀는데, 화면이 그대로 밝아졌다. 월요일 아침이고, 주말 내내 한 번도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내가 악독한 주인이었다. 너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대기 중이었구나.
아직 읽기 시작도 못 했는데, 가진 책의 신판이 나왔다. 내가 가진 것은 2판인데 3판이 나왔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은 2판을 헌책방에 팔아서 그 돈을 3판 사는 데 보탤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 2판이 3판보다 더 두꺼웠다. 종이가 얇아진 것이 아니라 쪽수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내용을 줄였다는 얘긴데. 결국 2판 안 팔고 3판을 샀다. 이렇게 자꾸 늘리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