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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돌리는데, 복권 추첨 방송이 나왔다. 막 마지막 숫자가 발표되고 있었다. 복권 샀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건만, 마지막 숫자가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또 왜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지. 차라리 방송 못 봤으면, 조금 더 복권의 효용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알람 소리에 놀라 일어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에이, 주말인데 바보같이 알람을 안 껐네.’ 알람 끄다가 핸드폰을 보니, 수요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것이 더 안타까울까? 오늘이 주말이 아닌 것과 벌써 주말인 것 중에서.
소변기 앞에 서서 바지 지퍼를 내리는데, 변기 옆에 붙은 엄지손톱보다 작은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한껏 흘겨서 옆을 보는 눈동자 모양이었다. 누가 이걸 여기에다 붙여둘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잠시나마 웃었다.
주방 가스레인지 위의 후드 필터 청소가 늘 문제였다. 틈에 낀 기름 제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인터넷 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청소한 것 중 최고였다.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글로 된 설명이었다면 잘할 수 있었을까? 이러니 사람들이 동영상만 보려고 하지. 글보다 동영상이 더 적합한 분야가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며칠 전 큰마음 먹고 책상 위를 정리했다. 읽다 만 책도 책장에 꽂고, 필요 없는 출력물도 버렸다. 오늘 아침 책상 위를 보니, 다시 읽다 만 책과 잡동사니들이 점령군이 되어 있었다. 끝이 없는 전쟁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복권방에서 복권을 샀다. 가게 주인이 복권을 건네면서, 다음 주 추첨 복권이라고 했다. 내일 추첨하는 복권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왠지 같은 돈을 주고 더 오래 가는 배터리를 산 느낌이 들었다. 돈 아꼈다고나 할까?
책상 위에 놓인 손목시계의 초침이 눈에 들어왔다. 눈금이 5초마다 있는데, 초침이 정확하게 눈금에 일치하지 않고 지나갔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닐 텐데,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 맞추었을까? 20년도 더 된 시계인데, 오늘 아침에 새삼스레 이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날도 있다.
명함 크기의 접착식 메모지를 하나 장만했다. 두툼한데도 가격이 저렴해서 샀다.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어제 보니 가운데가 갈라져 있었다. 이미 먼지가 묻어서 다시 붙이려 해도 붙질 않았다. 역시 싼 게 비지떡?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비싼 거 샀으면 달랐을까? 그렇게 보관했으면 마찬가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