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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분담을 위한 회의를 하자고 팀원들이 김씨를 불렀다. 말만 분담이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김씨밖에 없다며 일 전체를 김씨에게 떠넘겼다. 화가 난 김씨가 얘기했다.“이번에 하면서 제가 가르쳐드릴 겁니다. 다음에 또 이러면 저 나갑니다.” 이 얘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은 구인 광고를 냈다.
수저통에 두 종류의 젓가락이 세 쌍씩 들어 있다. 수저통에서 꺼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긴 젓가락이다. 젓가락 두 짝을 뽑았는데, 각기 다른 것이 나왔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건데, 이렇게 생각했다‘나는 이것도 이렇게 운이 없나?’ 그냥 한 번에 세 짝을 뽑으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요즘 동네 도서관은 신청하면 희망하는 신간 도서도 비치해 주고 제일 먼저 읽게 해준다. 어제 신간 한 권 신청하려는데, 아직 정식 출간이 안 되었는지 검색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다시 신청하려고 했더니, 다른 사람이 벌써 신청했다고 한다. 이제는 그 책 들어오는 날 선착순으로 도서 예약해야 한다. 잘못하면 몇 달 기다려야 한다, 도서관 책으로 읽으려면 말이다. 나만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가까운 곳에 헌책방에 한 곳 더 생겼다. 근처에 볼일을 만들어 찾았다. 입구 사진을 찍어서, 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보냈다. 거기에서 멈추어야 했었는데. 책을 또 한 권 샀다. 견물생심, 충동구매!
급하게 출력할 게 있어서, 노트북을 프린터에 연결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프린터가 꺼져 있었다. 프린터 전원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벽면에 연결된 콘센트에 플러그가 제대로 꽂혔는지 확인까지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프린터를 방 밖으로 들고나와서 콘센트에 연결했다. 마찬가지였다. 한참 만에 원인이 눈에 들어왔다. 프린터 전원 버튼 옆에 있는 다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마음이 많이 급했었나 보다.
가방에 노트북 컴퓨터를 넣느냐 아니면 지금 읽는 책을 넣느냐 오늘은 그것이 문제다. 밖에서 노트북을 펼칠 시간이 별로 없고 많이 걸어야 해서 가벼운 책이랑 함께 하는 것이 무릎 건강을 위해서라도 맞다 생각하다가도 금세 그러면 ‘언제 어떻게 노트북 들고 다닐 체력을 키우려고?’라는 자책과 마주하게 된다. 머릿속으로는 벌써 오늘 과연 밖에서 노트북을 몇 분이나 켤 수 있을까를 열심히 산출하고 있다.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면서 핸드폰을 봤는데, 배터리가 거의 없었다. 하마터면 핸드폰이 알람도 못 울리고 잠들 뻔했었다. 얼른 충전기에 연결하면서, 하마터면 늦잠 자서 오늘 하루가 엄청나게 꼬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냥 장식품으로 책장에 놓여 있는 탁상용 자명종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인가 책 살 때 헌책방을 먼저 뒤지게 되었다. 사실 조금 아끼는 금액, 차비와 시간 생각하면 아끼는 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새 책은 집까지 배달해 주고, 게다가 그야말로 ‘새 책’ 아닌가?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것이 당연히 더 좋지만, 요즘은 자꾸 ‘궁상’이란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무조건 싼 거만 찾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헌책방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지지리 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