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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려는 곳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얼마 전에 먼저 다녀온 친구로부터 직접 당한 얘기를 들으니 그 무게가 달랐다. 앞으로 매는 가방, 지퍼에 달 자물쇠 등 자질구레하게 준비할 것이 갑자기 늘어났다. 여행은 준비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즐길 시간이 더 늘었다.
편의점에서 원플러스원이어서 자주 먹던 음료 두 캔을 들고 계산대로 갔더니 하나를 더 들고 오라고 했다. 투플러스원 제품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른 원플러스원 음료로 바꾸기도 민망하여 그냥 하나 더 들고 갔다. 마치 그냥 두 캔 사려고 했는데 하나 더 공짜로 얻었다는 듯이.
자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침대 옆 벽에 시꺼먼 그림자가 보였다. 불을 껐는데? 반대편을 보니 책상 위에서 새로 산 마우스가 약한 빛을 내고 있었다. 무엇의 그림자일까 궁금해서 다시 보려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그 그림자도 움직였다. 내 그림자였다. 내 그림자인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할인매장 입구에 타임 세일을 알리는 타이머가 켜졌다. 사람들이 매장 입구로 몰렸고, 누군가 매장을 나와야 들어갈 수가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타이머를 확인하면서 재빨리 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 계산하면서 세일에 낚여 과소비한 것 아닐까 걱정하다가, 영수증에서 ‘반품 가능 기한’을 발견하고는 마음을 놓았다.
예전에 가방 사면서 받은 조그만 자물쇠가 있었다. 가방 지퍼에 달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자물쇠가 필요해서, 며칠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 불현듯 생각이 났다, 어디 들고 나갔다고 잃어버리고 왔음이. 왜 있었음과 달리 없어졌음은 잊고 있었을까? 그 자물쇠는 기억 속에만 있었던 것이다.
점심시간에 은행에 갔더니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 은행 업무가 복잡해져 오래 걸리기도 해서, 한참을 기다릴 것을 각오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내 앞에서 번호표를 뽑은 사람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창구 직원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동작이 굼뜨다고 불평을 했다. 나는 그 사람의 불평에 짜증을 내려다 참았다.
다이어리에 이번 주 계획을 적으면서 만년필을 사용하였다. 올해는 그렇게 하려 한다. 계획이라는 것이 바뀔 수도 있어서 주로 연필을 사용했었다. 고칠 일이 있으면 두 줄 그으면 된다. 그래야만 덜 미룰 것 같다.
새해, 새 다이어리를 펼쳤다. 요즘은 일주일 단위로 하고픈 일, 해야 할 일을 계획한다. 실천 못 하는 것이 더 많아 지난주 계획을 보고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작년이 된 지난주 계획을 먼저 열어보려다 생각을 바꾸었다, 제로베이스 계획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