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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다가느낌 2023. 5. 2. 07:23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다. 봄이라는데 어느 날은 여름이고 어느 날은 아직 겨울이다. 오늘은 겨울 봄이다. 도서관에 앉았는데, 얇은 옷 탓에 제법 춥게 느껴졌다. 근처에 창문이 열려 있어 더 그런 것 같았다. 창문을 닫으려다 환기 때문에 일부러 열어두었거나, 아니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근처에 있어서 열어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뭇거렸다. 그런데 그때 그 열린 창문 바로 앞자리에 새로 누가 와서 앉아버렸다. 창문 앞자리라기보다는 창문에 딸린 자리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그런 자리였다. 이제는 그 사람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추워도 그 사람이 더 추울 테니. 자꾸 힐끔힐끔 그 사람의 외투 두께만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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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친구의 선물느낌 2023. 4. 28. 07:20
이민 가는 친구가 선물이라면서 메일로 파일 하나를 보내왔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너도 예민하잖아? 우리 같은 사람은 과민성 대장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언제 어디서 신호가 올지 알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그때마다 근처 찻집 가서 커피 마시기에는 요즘 커피값이 부담도 되고. 그래서 이거 넘기고 간다. 우리가 자주 다니던 길에 있는 찻집 화장실 비번들이다. 영수증에 있는 비번들 열심히 정리해서 들고 다니던 거다. 요즘은 화장실 인심도 예전 같지 않잖아. 일행 찾는 척하고 핸드폰 귀에다 대고 매장 한 바퀴 둘러보고 화장실 가면 된다. 이 파일 여기저기 돌리지는 마라. 그런 사람들 많아지면, 비번 바꿀 테니 말이다. 도움이 되었다면, 다음에 만날 때 차 한잔 사 주고. 잘 지내고. 곧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