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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콜라 한 캔이 마시고 싶었다. 밤늦은 시간이라 근처 편의점을 갈 수밖에 없었다. 가끔 이렇게 콜라 사러 가는데, 다이어트 콜라나 콜라 비슷한 것을 사곤 했다. 그놈의 1+1 때문에. 그냥 콜라는 그런 행사를 잘 안 한다. 오늘은 과감하게 콜라를 샀다. 가격 따지다가 1.5 리터 페트병에 든 놈으로 샀지만 말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어?" "별일은 아니고. 어떤 놈이 글쎄 또 나보고 머리 좋아서 좋겠다고 하잖아." "왜? 머리 좋다고 하면 좋은 거 아냐?" "그렇게 말하는 놈치고 나보다 열심히 한 놈은 없거든. 자기가 열심히 안 한 건 인정하기 싫어서, 속으로 불만 가득 담아서 얘길 하니까 그렇지."
등이 아프기에 어젯밤 잠을 잘못 잤나 생각을 하다가, 문득 며칠 전에 봤던 신문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층간소음 윗집·미운 직장 동료… ‘저주 인형’ 뜨는 사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그럴 일은 없는데, 남 생각은 알 수가 없으니. 이런 걸 쉽게 주문해서 살 수 있다니,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은 도서관에 안 가도 스마트폰으로 도서관에 찾는 책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게 안 된다면 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친구가 권하는 책이 마침 동네 도서관에 있다기에, 들러서 책을 찾았다. 그런데 한 권 있는 그 책을 보고는 화가 나서 그냥 도서관에서 나왔다. 여기저기 밑줄이 너무 심하게 그어져 있었다.
도서관이다. 분명히 내가 내는 만년필 펜촉이 종이 긁는 소리가 노트북 타이핑 소리보다 작은데 신경이 쓰인다. 당연시된 타이핑 소리는 일반적인 것이고, 이 소리는 특이한 것으로 여겨질 것 같기 때문일까? 요즘 동네 도서관에서는 책장 넘기는 소리도 잘 안 들린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책보다 강의 동영상에 더 열심이기 때문일까?
"그거 지난번에 내가 다 얘기해줬잖아. 한 세 번은 얘기한 것 같다." "그때는 내가 관심이 없었지. 그래서 그냥 듣고 흘렸었지." 필요할 것 같아 생각해서 알려줬었는데, 그때는 그냥 아는 척, 잘난 척이었다.
다 필요하니까 같이 책 보고 공부하자고 얘기하면, 대개의 요즘 반응은 이렇다. "이 나이에 공부는?" "그런 거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어? 잘 아는 사람 사서 시켜야지." "요즘 누가 책 보냐? 요점만 쏙쏙 동영상이 얼마나 많은데." "네가 읽고 좀 알려 줘. 아니, 그냥 네가 해 줘."
내비게이션이 지금 출발하면 어떤 경로로 가도 많이 막힌다고 한다. 1시간쯤 있다가 출발하는 것이 더 나을까? 어디 찾아보면 지난주 이맘때 얼마나 걸렸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난주 결과가 오늘도 맞을까?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