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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노트북 전원을 일부러 끄지 않고 잤다. 작업하던 창들을 아침에 다시 띄우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래서 편하기는 한데, 하루가 새로 시작되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노트북의 “너만 쉬면 되냐?”라는 푸념까지 들려오는 것 같아서일까? 컴퓨터가 켜져 있는 동안 나도 못 쉰 것 같다.
밤새 꿈속에서 노래 하나가 흘렀다. 기타 반주가 좋은 노래여서? 가수 목소리가 좋아서? 노랫말이 와 닿아서? 도대체 이유가 뭘까? 그러고 보니 일부러 노래 들은 지 정말 오래다. 예전엔 참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들고 다니는 이어폰 하나 없다.
내일까지 책 한 권을 반납해야 한다고 도서관에서 알림 문자가 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는커녕 빌렸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책상 위 책더미 속에서 간신히 찾았다. 이 또한 욕심이었다.
오늘 주요 장면들 사진에 이어서 광고가 나오기에 드라마가 끝난 줄 알았다. 그래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런데 아까 그 채널에서 그 드라마의 장면이 다시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음 회의 티저 영상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짧은 부연 설명 같은 내용이었다. 어디 겁이 나서 다른 데 돌리겠나? 이렇게까지 해서 광고 보게 해야 하는 건지.
아침에 알람을 듣지 못하고 30분을 더 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스마트폰 알람을 끈 기억이 없다. 그렇게까지 피곤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문득 ‘스마트폰이 실수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그런 ‘인간미’ 넘치는 기계도 나올 것만 같다.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가 체력에 영향을 받는 나이가 되었다. 하고 싶은 것과 읽고 싶은 것이 메고 나갈 가방 무게에 의해 결정된다. 가능하면 한 가지로. 노트북 들고 나가면 책은 빼야 한다. 하나만 계속해서 효율이 떨어진대도 어쩔 수 없다. 이제는 그런 나이가 되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기분이 좋았었다. 요즘 고민 중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논문을 쓸까도 고민했었다. 그런데 어제 읽은 책에서 비슷하면서도 더 좋은 방법이 나와 있음을 발견했다. 좋다 말았다. 이제 세상에 새로운 것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생각해낸 것이 완전히 얼토당토않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니, 그걸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인공지능에게 여기저기 많이 아프다고 꾸며서 얘기해봤다. 얼마 더 못 살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나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지우겠다고 했다. *** 제목에 밝혔듯이 허구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