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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서일 것 같아서, 해당 주제의 만화책을 한 권 사서 읽고 있다. 그런데 읽기가 너무 어렵다. 이것저것 안 나오는 내용이 없다. 수박 겉핥기로 많은 내용이 소개만 되어 있다. 도서관 가면 몇 주째 이것만 읽고 있다. 남들이 보면, 저 사람은 어지간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설 명절 연휴 기차표 예매가 시작되었다. 선착순이어서 정확한 시각에 버튼을 클릭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시각, 이게 어렵다. TV, 핸드폰, 컴퓨터 시각이 조금씩 다 다르다. 정확하다는 인터넷 시계까지 동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매 받는 서버에 설정된 시각일 텐데. 시간, 어차피 사람이 정한 것이니.
도서관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자리에서 마스크 잠깐 내리고 텀블러에 담긴 커피 잠깐 마시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홀짝홀짝 마시는 커피가 마치 늘 마시던 그 커피가 아닌 것처럼 몇 배는 더 맛나게 느껴졌다. 어쩌나? 텀블러 뚜껑 여닫고 홀짝이는 소리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 짜증 내겠다. 아예 들고 밖에 나가서 마시면, 이 맛이 안 날 것 같고.
도서관 자리에 도착했는데, 안경에 김이 서려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가방에서 황급히 안경 닦이를 찾다가 문득 깨달았다. 어차피 노안이 와서 안경을 벗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경에 서린 김은 시간이 저절로 말려줄 것이다.
웬일로 아파트 단지에 아이들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아파트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리던 눈이 그친 모양이다. 어른들은 조용히 도로나 자동차 유리창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쌓아둔 읽다 만 책부터 모두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마음의 부담을 굳이 보기까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다이어리랑 지금 읽어야 할 책 딱 한 권만 앞에 두기로 했다.
어제 할 것을. 어차피 기한 내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어제 반납했어야 했다. 오늘 이렇게 날이 춥고 미끄러워질 줄 몰랐다. 내일까지 반납해야 한다. 내일은 더 추워질까? 선택해야 한다. 황급히 여러 일기예보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취미로 가끔 주역 해설서를 읽는다. 당연히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왜 쉽게 써놓은 책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힘들게 고생해서 깨닫고 나면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어서 전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어쩌면 말과 글로는 온전히 전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